[시] 고요한 저녁-밤까지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1. 12. 16. 15:17

  

  

   

고요한 저녁-밤까지 

 

 

 

새벽 두시 

시린 발가락을 주무르다 보면 

랩 유행가 틀어놓은 승용차가 지나고 

다시 정적-고전주의의 시대 

도래한다 

벌써 12월인데 발가락은 시리다 

어젠 비도 내렸어 

가히 폭력적이군 

넷플릭스로 틀어놓은 좀비 영화처럼

싸늘하게 미소짓는다-겁이 난다 

한 이틀 여행을 떠나고파 

삭막한 도시를 피해 떠난 그 다음날 

풀죽어 돌아온 청년은 더욱 싫어져 

어서 빨리 늙어갔으면 

그래, 한 쉰살쯤 먹고 나면 

입가에도 주름진 긍정을 담을까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어 

졸립군 참 여기까지야   

 

새벽 네시 

마른 얼굴을 문지르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 뜨겁고 

간밤 속 쓰렸던 기억들은 

말 못한 사연들로 묻어둬야지 

또 그래야지 하며 타협하고 

다시 정적-담배 하나 꺼내 문다 

빗소리가 그친 새벽처럼 

달이 다시 뜨고 날이 밝는다 

늙어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유혹 

그 어스름한 긍정의 유혹들마저  

여전히 더딜 뿐인-궁핍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