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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불간섭' (불온한 검은 피, 민음 2014)

불간섭 단풍을 강요하지 말게나 혹은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늘을 주장하지 말게나. 마른 손가락 허물이 벗겨지는 걸로. 밤공기가 부담스러운 걸로 마음은 또 기다림 뒤의 겨울이나 봄에 있고 은행 썩는 냄새가 싫으면 그뿐 북간도 같은 데나 있을 짧은 가을을 마음속에 밀어 넣지 말게나. 굴다리 포장마차에서 생선 타는 연기가 나면 그뿐 담장 너머 진홍빛 감을 애써 꺾으려고 하지는 말게나. 가을이 가면 그뿐. * 허연, 불온한 검은 피 (민음, 2014) :: 메모 ::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일... #

문학앨범/필사 2024.09.05

배신

배신       누군 하고 싶어 하겠냐며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다고    내 맘도 내 맘 같지가 않다고    고래고래 악을 써보지만    결론은 달라지지가 않는다     슬프다    폐허가 된 믿음의 가시가 박혀    심장에서 마구 피가 흐르지만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일     누군 그러고 싶었겠냐며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떠올려    하지만 내 맘 같지 않고서야    그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    그래서 쓸쓸하기만 한 일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그래서 늘 마음이 아프다    가장 사랑한다던 사람한테    가장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       그걸 늘 나만 몰랐었구나    그저 어리석은 내 탓이거늘        #

글/습작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