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
마주 한 적 없는 오래된 골목
누군가를 기다렸었지
때론 너였다가 너로 인하였다가
나였다가 그게 비로소 나였음을
뒤늦게 알아채곤 했는데
맡아본 적 없던 배역
뒤숭숭하기만 한 대본
부족한 시간들 틈에서
때론 모멸감도 느꼈지
엑스트라의 모진 운명이거늘
받아들일 줄도 모른 나는 울고
또 한 번 더 울기만 했었는데
뜻하지도 않던 한 통 편지에
이토록 뛰는 심장이 있을까
설렘이었을까 두려움일까
온통 낯선 대사들 뿐인 장면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 말
잘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두서도 없는 덕담을 내놓고
온통 바쁘기만 했던 발걸음
비로소 잦아들던 가슴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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