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지나가는 사람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4. 8. 22. 04:04

  
  
  
   지나가는 사람  
  
  
  
   마주 한 적 없는 오래된 골목
   누군가를 기다렸었지

   때론 너였다가 너로 인하였다가
   나였다가 그게 비로소 나였음을
   뒤늦게 알아채곤 했는데

   맡아본 적 없던 배역
   뒤숭숭하기만 한 대본
   부족한 시간들 틈에서
   때론 모멸감도 느꼈지

   엑스트라의 모진 운명이거늘
   받아들일 줄도 모른 나는 울고
   또 한 번 더 울기만 했었는데

   뜻하지도 않던 한 통 편지에
   이토록 뛰는 심장이 있을까
   설렘이었을까 두려움일까

   온통 낯선 대사들 뿐인 장면  
   기어코 한마디 내뱉는 말

   잘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두서도 없는 덕담을 내놓고
   온통 바쁘기만 했던 발걸음
   비로소 잦아들던 가슴

   어떤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