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기
오랫동안 시 앞에 가지 못했다. 예전만큼 사랑은 아프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비굴할 만큼 비굴해졌고, 오만할 만큼 오만해졌다.
세상은 참 시보다 허술했다. 시를 썼던 밤의 그 고독에 비하면 세상은 장난이었다. 인간이 가는 길들은 왜 그렇게 다 뻔한 것인지. 세상은 늘 한심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염소 새끼처럼 같은 노래를 오래 부르지 않기 위해 나는 시를 떠났고, 그 노래가 이제 그리워 다시 시를 쓴다. 이제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나 다행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시를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며 시 앞에 섰다.
* 허연, "밤에 생긴 상처" (민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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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
칠월 한 달 동안 고작 열 편 남짓 가량의 시편만을 썼다. 가장 부진했던 이번 한 달의 내 일상은 과연 어떠했을까... 게을렀을까, 아니면 외롭거나 고독했거나 쓸쓸했던가... 잘은 모르지만, 어떤 꿈 하나에 관한 지독한 '좌절' 때문이었을까... 모르겠다. 알 때까지는 계속 이 일상을 반복하리라... 다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 틀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게 또 다른 '인연'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스승이든 멘토든 또 아니면 새로운 벗이든간에... 그것도 아니라면? 나 스스로부터 변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겠지.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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