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에 대하여
장마철이 달력 한가운데를 관통할 즈음에 물기 어린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씩 떠오른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름은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들고 또 어떤 이름은 이른 새벽의 머뭇거리던 발걸음처럼 가볍지가 않습니다
때때금 그리운 이름들보다도 이른 새벽의 이름을 더 먼저 떠올리고 그렇게 무게를 갖는 감정에 대해 생각합니다
문득 불어온 바람, 구름 속에 갇힌 햇빛, 물기를 머금은 공기, 답답한 가슴 속 멍울진 말 몇 마디 등을 떠올리다...
이내 눈을 감았습니다
쓸쓸하다는 말을 미처 정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어쩌면 이 감정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에 대한 애석함
이해는커녕 오해할 수밖에 없게 된 사연들에 얽힌 속사정
오해를 이해가 아닌 오해를 그냥 놔두려는 지친 마음들
절절한 상대편에 대한 냉정하기만 한 무관심 등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감정들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이내 또 눈을 감았습니다
아직도 호수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마치 영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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