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윤지양,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사월의 마지막 주말)

단정, 2025. 4. 25. 14:52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신의 시간 안에 들어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너바나 음악이 흐른다. 인간의 시간은 바퀴와 함께 굴러간다. 신의 시간은 차창 밖에 있다. 
   호흡이 길다. 막 지나온 공연을 떠올렸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향해 조명이 비춰지는 시간.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현을 조율하고 첼리스트 두 명이 만담을 나누었다. 이전에도 신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무엇으로 태어나는 것일까? 
   플루트가 금빛으로 빛났다. 
   지휘자는 폴짝 폴짝 뛰기도 했다. 
   사람들이 중간에 기침을 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기침을 했다. 어떤 사람은 발작처럼 튀어나왔다. 기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는 것을 보았던가. 또 다른 사람이 뒤돌아 쳐다보았다. 곡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졌다. 
   2악장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 그리고 또 다른 기침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3악장이 끝났을 땐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기침을 해댔다. 기침은 참을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기침 그리고 기침 기침 그리고 기침과 기침의 기침. 견딜 수 없다는 듯 마지막 악장이 끝났다. 마지막 기침은 박수갈채에 묻혔던가. 들리지 않았다. 

 

 

   * 윤지양, 기억의 변환법 (민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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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의 마지막 주말 : 

 

    

   주요 출판사들의 최근작을 살펴보는 시간, 그 마지막 차례입니다. 

   작년도 김수영 문학상 수상시집을 이제야 꺼내듭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려 애쓴 시절들인데, 어쩌면 그 흔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작년 말에 나온 이 시집은 윤지양 시인한테 '김수영 문학상'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안겨주었습니다. (오히려 몇 해 전의 박참새 시인만큼 대단한 반향이 없었다는 게 더 이색적인 일일 수도요. 그게 전적으로 글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 본인의 외모 탓인지도 모를 일이긴 하죠.) 

   시는 비교적 가볍습니다. 요즘의 어지간한 등단작들이 보여준 '덜어냄'의 미학과 서늘한 정서는 이제 문단의 한 '주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침을 참기 위해 2악장, 3악장으로 이어질수록 기침은 점점 더 커지고 드디어 마지막 악장에 이르러서는 박수갈채와 함께 묻힙니다. 들리지 않는 소음을 포착해 낸 시인의 탐구정신이 돋보일 법한 작품이겠죠. 

   벌써 주말입니다. 봄의 날씨는 바야흐로 절정을 맞아 나들이에도 제법 괜찮을 수준입니다. 오월이 되면 엄청나게 긴 연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에 이번 달의 마지막 주말을 어찌 채울까도 제법 궁금해지는 때입니다. 

   이 달의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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