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김수영 유고시집, 거대한 뿌리 (민음, 1974)
...
혁명기념일에 부쳐 :
"혁명은 언젠가 이루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 자체다"
해마다 4월 19일이면 신문들마다 기념할만한 시 한 편을 함께 내놓곤 하는데, 지난 2016년 겨울의 탄핵 촛불집회가 한창일 적에 <아시아경제>의 한 칼럼에서 채상우 시인이 이 시를 꺼내놓으며 했던 말입니다. 이 말은 현재까지도 꽤 유효한 편입니다.
유일하게 헌법에 새겨진 '성공한 혁명'인 4·19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장 잘 대변해온 날이기도 하죠. (물론 3·1 운동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려는 뜻은 결코 아니며, 만약에 그 둘이 '성공한 혁명'이 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 하는 아쉬운 상상도 가끔 해봅니다.)
워낙 유명한 시인 까닭에 굳이 해설을 덧붙일 생각은 없고, 맨 마지막 시구인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계속 곱씹으며 지내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 자유의 힘을 그래도 믿는 편이지만, 이 시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평등의 힘을 또한 매우 크게 믿는 편이기에 (자유와 평등이 결코 Trade-off가 아님을 이미 잘 알기에) 이른바 '민주주의'라는 실체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손자병법> 생각을 더 자주 해보게 됩니다. "왜 하필 피를 꼭 묻혀야만 할까? 싸우지 않고 태연히 이길 방법은 아예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인데, 지난 번에 모 정당 지지자들과의 열띤 토론에서 허무맹랑한 소리 좀 집어치우라는 말을 듣고부턴 아예 입을 다물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대선이 코앞인 시점입니다.
완연한 봄이기도 합니다. 벚꽃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4월의 눈처럼 소리없이 사라져간 앞마당에도 이제 라일락 향기가 진동을 하려는 차례이고요. 곳곳마다 어여쁘게 핀 동백꽃과 수선화 그리고 해당화, 또 철쭉과 꽃잔디 등등이 매우 눈을 즐겁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바깥으로 나들이라도 나가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주말 날씨는 화창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기예보 참조)
의미있고 소중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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