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사람, 김민기
- 김민기 선생님을 추모하며
오전에 부음을 접했습니다
황망한 마음을 애써 닫아야 할 일과 도중에 마음이 계속 아리더니 결국 식당에서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콩나물국이 나왔는데요 그만 국 위로 가슴에서 쏟은 눈물 탓에 국이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판을 반납했고 선생님께 편지 한 통을 마저 써야겠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어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에서 해마다 국민들이 사랑하는 대중가요 100곡을 선정하는 계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해의 늦가을에 울려 퍼지던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이 나라 민주화의 결실이었다면 아무런 설명도 예고도 소개도 없이 맨 마지막에 다시 그 노래를 부르던 한 낮은 독백조의 음성을 가진 사내가 실은 그 노래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무렵에 나온 '겨레의 노래 1'에서 장필순을 만났고, 데뷔 전의 최진영을 만났고, 송창식과 노찾사가 함께 부른 '공장의 불빛'을 만났고, 전인권이 처음 부르던 '이등병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 노래들을 처음 제도권에 올려놓은 음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악방송을 하던 무렵의 새벽에는 가끔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고, 라면을 끓이며 듣던 선생님의 노래 제목은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작고한 김광석의 '친구'를 연달아 듣던 시절은 꽤 오래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청춘 때부터 장년을 거쳐 중년에 이르는 시기에까지 그 노래들을 닳고 닳도록 들어야 했던 서글픔도 이젠 추억이 되려는 모양입니다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곤 이내 발걸음이 대학로를 향하던 때도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김광석 콘서트를 지각해 문 밖에 서서 한참 동안을 듣기만 하던 시절들도 이젠 오랜 추억일 뿐인가 봅니다
학전이 없는 대학로를 단 한 번 상상해본 적 없었어서 더더욱 마음이 아픈 시절이기도 했으니까요
기어코 이렇게 가시게 될 줄 알았지만 그동안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병마는 선생님의 몸을 계속 갉아먹기만 했나 봅니다
단 한 번의 생을 살아가는 모든 인생이 겪어야 할 숙명이기에 오히려 담담해진 면입다만, 미처 못다 핀 꿈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슬픔의 원천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척박한 조국 대한민국에서의 나날들이 비록 서럽고 힘겨운 연속이었다고 해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신 시절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굳이 애써서 담아보려고 합니다
글재주는 늘 형편없어서 결국 추모시 한 줄 써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편지가 돼버리고 말았음에 또 부끄럽기만 해도...
고생하셨으며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늘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하였고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랑하겠습니다
그리운 그 사람, 김민기
선생님...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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