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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미소를 배운 적이 있다 (퇴고)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4. 6. 6. 10:46

   
   

   늙은 미소를 배운 적이 있다  


  
     
   마흔 살부터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놓고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된 건 순전히 인상 탓이라고 생각해온 편입니다  
   살벌한 냉전을 극우의 사상으로 버텨낸 것도 용한데 배우가 정치를 익한다는 건 더 어렵죠  
   인구가 일억 명도 넘는 자본주의 최첨단 국가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우연도 아닙니다 
   미국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보다 수준이 낮아서요? 천만의 말씀예요   
   지난번 대선 때도 아마 관상에서 풍긴 표심이 최소 수백만 표는 되었을 겁니다
   아무리 저급함을 따져봤자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들이 그렇죠 네 네, 맞습니다
   아니꼬우면 시 쓰지 말고 인스타그램을 하라고들 하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너무 쉽게 말해서도 곤란하지만 항상 주변에서 듣던 얘기들도 그렇습니다 
   너무 쉽게 화를 내지 말라고도 하죠... 그래서 그걸 또 연습해야 합니다  
   시는 또 뭐라고들 생각하세요? 지속가능성에 대해 연구해본 적 있으세요?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남는다는 건 사실 굉장히 굴욕적인 일이죠
   천하의 고은 시인도 책을 못 내고 황지우도 신작은 없잖아요 황동규의 새 시집을 읽었어요 정현종 교수는 별세했고요 이제니나 박준도 벌써 오년이 넘었잖아요 그게 무슨 현역이래요? 무슨 상을 탔는지 몇 권의 시집을 냈는지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몇 년을 계속 써왔는지 지금도 시를 쓰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오죽하면 박해영이 드라마에다 대놓고 쪽팔리다고 했겠어요
   쪽팔린 게 작가인 게 맞겠죠 그렇게 생각해요 전
   가만 있자, 오늘 얘기가 관상 아닌가요?
   시인 나이 마흔이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데, 시집에도 책임져야죠
   연습도 부지런히 할 거면 시집도 부지런히 연습을 해야 하는 게 맞잖아요?
   죽을 때까지 얼굴도 계속 화장하는데 왜 퇴고들을 않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