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신춘문예 D-12. 꽃은 봄을 웅성거리지 않았다 (창작동인 뿔)

단테, 정독 2023. 11. 18. 03:56




신춘문예 D-12.
꽃은 봄을 웅성거리지 않았다 (창작동인 뿔)


영원히 비가 오지 않을 세계 아래로 유유히 지나가는 장마들

눈 뜬 채 죽어간 화가의 동맥과 흰 수목의 하엽들과 바람을 긋던 새 떼가
허공에 부서져 썩어가고 있을 때

먼 생을 돌아 한으로 추락하는 숨을 놓친다

자정의 수평선에 먹구름이 돌면
해안가를 따라 휩쓸릴 때까지 떠오르다가 터지는 빛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죽어서 그곳으로 간다지만 봄은 끝까지 꽃을 살아가고 있다

두 명의 아이는 사라지고 수천만 시간의 바다만 몰아칠 것이다
심장도 찬란히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별들이 몰락하기도 전에 너의 계절이 왔다


*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



:: 짧은 편지 ::

   새벽 바람이 거세게 창문을 두드립니다.
   가을과의 작별도 채 이루지 못한 채 성큼성큼 다가온 겨울의 우악스러움에 대뜸 기후위기를 생각했습니다.    
   챗GPT와 작가의 위기를, 기후위기와 북극곰의 위기를 생각하며 쓴 소설로 생애 첫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립니다.
   처음이 곧 절반이니, 이제 저도 절반 정도는 '작가'가 되려나 봅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므로, 더 늦지 않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창작동인 뿔의 시집처럼 '집단창작'이라는 실험이 한동안 진지하게 논의되면서 시도된 시절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가요계로 치면... 송창식, 조경옥, 김광석, 노찾사, 장필순, 전인권 등등이 갖는 공통분모이기도 하죠.)
   네트워크와 집단지성의 시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에 갇힌 인류의 한계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오늘의 한 편이 담는 의미입니다.
  
   새벽에 틀만한 노래는 제법 어려운 부분입니다.
   최신곡들 중에선 금주의 3위곡인 '후라이의 꿈'을 즐겨 듣는 편이니, 이걸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youtu.be/3kGAlp_PNUg?si=PsH-M6S-83jCZ6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