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신춘문예 D-15. 즐거운 편지 (황동규)

단정, 2023. 11. 15. 04:26




   신춘문예 D-15.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현대문학> 11월호 (1958년)   

  
   :: 짧은 편지 :: 
  

   민음시인총서의 1번이 김수영이었다면, 창비시선의 1번은 신경림이요 문지시인선의 1번을 기록한 시인은 황동규입니다. 

적어도 이 세 명의 시인은 나름대로의 큰 문양을 문학사에 아로새긴 장본인들이기도 하죠... 대학교 2학년 시절에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게 된 황동규 시인의 최신작 시집을 읽으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와 "죽을 때까지 시를 쓰겠다"는 문장들을 가슴속에 새기기도 합니다. 

 

   날씨가 비교적 풀린 편이지만 여전히 춥습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일찍 찾아온 모양입니다. 일본의 핵폐기수 방류 이후로 뉴스를 거의 끊다시피 하며 지냈는데, 올해 수능시험도 이제 코앞임을 알리는 소식들이 제법 많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시점, 마지막으로 응원 메시지 하나를 건네봅니다. 

 

   모든 인생은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무언가가 결정된 적 없다는 생각을 자주 갖습니다. 오늘 함께 띄워보는 신청곡 역시 그런 의미를 좀 담고자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TmENMZFUU_0?si=mXtJQdvIjsKxuV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