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신춘문예 D-17.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3. 11. 13. 05:56

 




신춘문예 D-17.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 짧은 편지 ::

차갑기만 한 초겨울의 새벽,
이른 봄날의 추억을 잠시 회상하면서 이제 열일곱 통밖에 안 남은 편지를 꺼내 부치도록 합니다.

날씨가 제법 춥습니다. 입김이 서리기 시작하는 공기 속, 문득 떠오르는 한주 동안의 기억들도 더러는 미소로, 또 더러는 일상 속 애잔함들이 묻어납니다.
바쁘게 시작할 한주예요. 제게도 그런 아름다운 나날들이 있었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날들에 대한 '최선'의 다짐을 해보며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제 전공병임)

오늘도 고운 말, 예쁜 맘으로 일관할 수 있는 하루 되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JxrSH4RCFio?si=jcu6WRy2tliYJB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