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신춘문예 D-16. 눈 (김수영)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3. 11. 14. 04:42

 

 

 

신춘문예 D-16.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달나라의 장난 (춘조사, 1956) 

 

 

 

:: 짧은 편지 :: 

 

이제 불과 16일밖에 남지 않은 탓에 시편을 고르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제 발표된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는 북큐레이팅과 팟캐스트 진행자이며 에세이 작가로도 이미 활동해온 박참새 시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비문창 계열에서 수상자가 나왔죠.) '대한민국 시의 아버지'로 일컫기도 하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모처럼 올려놓겠습니다. 

 

지난 주말의 고된 퇴고작업 끝에 미처 안부 등을 전하지도 못한 채 일찍 잠에 빠진 경우, 대개가 허망히 맞는 새벽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오늘 또한 예외가 아니네요... 새벽의 캄캄한 추위를 맞으며 잠시 지난 일들을 몇몇 돌이켜보고 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주섬주섬 챙겨놓습니다. 글쓰기는 통상 카카오톡에서 알람이 오는 네 시를 전후로 해 시작하는 편인데, 오늘은 조금 늦었습니다.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은 아마도 다섯 시쯤에 받아보시리라 미리 짐작합니다.)  

신춘문예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늘이 벌써 화요일인데, 물리적 시간만으로도 이제 고작 백여 시간 남짓한 여유만을 허락할 뿐이네요... 서둘러 탈고에 접어들 차례입니다. (다가오는 금요일 즈음이 투고예정일이기도 해요.)

 

신춘문예는 신춘문예요, 또 다시 새로운 도전과 마감을 앞두는 형편이기도 하고요. 내년부터 다시 시작될 각종 문예지들의 공모전들도 있겠고, 새롭게 출간해야 할 책들도 미리 써두어야 합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글을 쓰다가 죽는 사람"이라고 배웠고, 짧은 순간의 일희일비에도 크게 흔들릴 까닭이 전혀 없는 운명을 갖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회사에서는 사업계획 시즌과 조직개편 시즌 사이인 딱 요즘이 가장 한가로운 편이기도 해요. 일과시간에도 틈틈이 글쓰기와 책읽기를 조금은 병행할 수 있을만큼의 여유도 짧게나마 허락된 편이니, 마치 '폭풍전야'처럼 11월 중순의 아침들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직장에 계시는 분들 또는 아닌 분들 모두 그 여유로움을 갖는 하루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신청곡을 무슨 노래로 할까 했는데, 다소 처지는 감은 있어도 '예술의 본질'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으로 기억하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OST를 꼽기로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https://youtu.be/90RJhDcETYw?si=txnPC3jJYVyzfK4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