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
나희덕, 가능주의자
http://www.daesan.or.kr/business.html?d_code=3327&uid_h=504&view=history
"나희덕의 "가능주의자", 송재학의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신용목의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철규의 "심장보다 높이", 이수명의 "도시가스"가 최종심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속과 변이 사이의 균형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진화시켜온 나희덕 시의 결실이라는 평을 받으며 "가능주의자"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심사평 중에)
1998년, 김수영문학상 (민음사)
2001년, 김달진문학상 (서울신문)
2003년, 현대문학상 (현대문학)
2005년, 이산문학상 (문학과지성사)
2007년, 소월시문학상 (문학사상)
2014년, 미당문학상 (중앙일보)
2019년, 백석문학상 (창비)
2022년, 대산문학상 (대산문화재단)
작년은 역대 두번째로 '그랜드슬램'이 달성된 한 해입니다. (최초의 '그랜드슬램'은 지난 1999년에 황지우 시인이 기록했던 바 있으므로, 23년만에야 나온 대기록입니다.) 영예의 주인공은 올해로 만 57세,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 데뷔 34년차가 되는 나희덕 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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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주의자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그렇다고 제가 나폴레옹처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은 불가능들로 넘쳐나지요
오죽하면 제가 가능주의자라는 말을 만들어냈겠습니까
무엇도 가능하지 않은 듯한 이 시대에 말입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산산조각난 꿈들을 어떻게 이어붙여야 하나요
부러진 척추를 끌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요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
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반딧불이처럼 깜박이며
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
그 어긋남에 대해
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 합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이빨과 발톱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찢긴 살과 혈관 속에 남아 있는
이 핏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 오시프 만델슈탐, 「시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2012, 조주관 옮김, 96쪽.
# 나희덕, 가능주의자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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