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성, 나르샤
겨울, 한복판
천천히 달리는 열차 안 바쁜 손가락들은
저마다의 고독을 인 채 출근하는 아우성
각자 쓴 마스크 위로 멀건 눈썹만 치뜨고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그게 곧 안부
결혼과 부음 뿐인 연락에 더 익숙해졌다
술집도 사라진 이른 저녁이면 또 퇴근길
지루한 빽빽함이 스마트폰 안에 가득한
온갖 화려한 이모티콘만 여백을 메운다
서울, 한복판
이윽고 환승역에 도착하면 밀물과 썰물
한 여학생, 크게 볼륨을 높였다
인생은 XX야, 오만한 목소리로 외친다
동영상 속 아저씨들은 또 하품을 했고
또 크게 춤을 춘다, 나동그라진다
모두는 무사했고 신문은 늘 시끄럽고
열차소리는 점점 멀어져 이내 곧 정적
춤추던 여학생, 그렇게 잊혀만 간다
고독의 성, 나르샤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