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마음*
지나가는 마음은 등이 높아 한번 뒤집어지면 제 힘으로는 다시 뒤집을 수 없고
그런 마음 그만두고 쇠족제비가 6차선을 건너
펜스 아래로 길게
없어진다
그래도 이런 도심에서?
고라니, 멧돼지가 때때로 무덤 너머로 머리를 내밀었다 황급히 돌아가고
쑥은 다시 무덤가에
도로변에 무리지어 퍼져 간다
지나가던 노인들이
저마다 비닐봉투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로 쑥을 뜯으며
띄엄띄엄 닳아 사라지는
새삼스레 따사로운 가을 햇빛 아래
덜 시든 초록과
심한 초록 사이로 마음은
사나흘 더 바르게 말라 가며
화요일 밤에 누가 망치로 독을 깨고
쓸어 담는
소리
낮에는 물까치 소리
서로의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결국에 함께 살려 내는 무리가 있어
앞이 검고
끝은 길고 푸른 새가 있어
그것들을 다
다시 적지는 못하겠어서 우리는 함께
마음을 밀어 제자리에 놓아준다
마음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우리가 지나간다 지나가고 있다
* 오즈 아스지로의 영화 제목.
# 조용우, 세컨드핸드 (민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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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
사랑이 지나가면
알아볼 이 없을 터다
마음이 지나가면
알아볼 이 있을 텐데
마음이 지나가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도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