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경전
저편에서 여자는 소리를 지르고 내 쪽으로 애가 걸어온다. 이리 와 이리 좀, 제 부르는 소리를 곁눈질로 도망가는 모양이다. 지나가는 또래 여자애를, 토종 아저씨를, 바람을 아우르는 검고 투명한 비닐을, 쏟아진 은행 열매오 그걸 주워 담는 도시의 작은 동물들을 보며 애는 웃고, 애 엄마는 거의 울고, 나는 애를 버리고 애 엄마 쪽으로 간다. 길은 골목만큼 좁고 광장만큼 시끄럽다. 애가 신발을 질질 끌고, 사람들은 어깨를 통과한다.
둘은 골목에서 싸우고 셋 이상 모이면 광장으로 간다. 둘은 말없이 싸우고 셋 이상은...... 아무래도 좀 위험하겠지요. 집엘 가지 않고? 환한 벽에는 외발로 선 이웃들이 살겠지요. 우리가 이사를 가면 누군가는 결국 집을 잃어요? 엄마는 대답이 없고 거리에 서 있다. 나는 엄마를 지나치고 뒤를 돌아본다. 여자가 아이를 버렸다고. 중간의 표정을 가진 여자였다고.
서로의 점이 보일 때까지 둘은 줄을 당긴다. 어떤 집은 장판을 갈라, 어떤 집은 방을 부숴, 광장은 넓고 골목은 좁다. 목격자들아, 어디에 닿고 있는지. 양손은 추운 열매들로 맺혀 있다. 캄캄한 지구를 돌아, 환한 지구를 돌아 자꾸 걸어 나가야.
* 허주영,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 (민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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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방을 더 나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으로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