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작

지리멸렬 (퇴고)

단테, 정독 2024. 6. 6. 10:45

   
     
       
   지리멸렬
   
   
    
   안 된다고 그랬다    
   그러면 안 될 일, 멈춰야만 될 일이라고 했다
  
   소돔의 낯선 이한텐 약점을 감추려 친절했고   
   친절한 아브라함은 화를 낼 일도 없어야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부당한 일 아닌가 
   
   첫인상이 안 좋은 조카와도 친할 수 있는 건 
   가장 사랑한 아내 앞에선 종종 화를 내는 건    
   첫인상이 안 좋다는 핑계로 가장한 외면은    
   돌아보면 안 된다던 주문을 잊은 소금기둥    
   
   더 이상 그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길가에 핀 이름도 모를 들풀 혹은 꽃이거나
   겨울을 이겨낸 파란 하늘 위 하얀 뭉게구름     
   새벽 찬 공기와 속삭이던 작은 빗방울들도
   얼어터진 손이 수줍게 건네주던 편지 역시 
   첫인상은 늘 별로였고 돌아서야만 보였다
            
   무엇을 여태껏 간과하고 있는 것이었으며 
   무엇을 이제라도 지탄해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이 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멈춰서는 더 안 된다 말해야 하나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면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면 

   비록 그게 또 소금기둥이 될지언정
   만약에 그게 또 시일망정 어쩔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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