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안 된다고 그랬다
그러면 안 될 일, 멈춰야만 될 일이라고 했다
소돔의 낯선 이한텐 약점을 감추려 친절했고
친절한 아브라함은 화를 낼 일도 없어야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부당한 일 아닌가
첫인상이 안 좋은 조카와도 친할 수 있는 건
가장 사랑한 아내 앞에선 종종 화를 내는 건
첫인상이 안 좋다는 핑계로 가장한 외면은
돌아보면 안 된다던 주문을 잊은 소금기둥
더 이상 그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길가에 핀 이름도 모를 들풀 혹은 꽃이거나
겨울을 이겨낸 파란 하늘 위 하얀 뭉게구름
새벽 찬 공기와 속삭이던 작은 빗방울들도
얼어터진 손이 수줍게 건네주던 편지 역시
첫인상은 늘 별로였고 돌아서야만 보였다
무엇을 여태껏 간과하고 있는 것이었으며
무엇을 이제라도 지탄해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이 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멈춰서는 더 안 된다 말해야 하나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면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면
비록 그게 또 소금기둥이 될지언정
만약에 그게 또 시일망정 어쩔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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