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작
매일이 똑같지 않아
어떤 날은 여섯 시가 밝고 어떤 날은 어둡고
똑같은 열차 안도 누구는 앉고 누군 못 앉고
요일마다 승객들도 달라 짝꿍이 바뀌곤 해
독실한 노인들만 몇 일정히 좌석을 차지해
이른 아침부터 어딜 향하는 걸까 종삼일까
혹은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 함일까
매일마다 똑같은 건
손주는 늘 아프고 며느리 전화도 없고
없는 건 돈과 머리칼뿐이고
아침부터 고집도 저절로 주름이 깊고
그래도 제일 싸잖아, 너도 무료잖아
오갈 데도 없는 이들의 가파른 쉼터
온양온천을 돌고 또 병천순대 먹으면
매일 한나절 루틴도 안성맞춤일 텐데
난데없이 고함을 지르던 여성이 있고
사람만 피해 다니는 학생들도 꼭 있어
어지간해선 옴싹달싹도 못하는데
움직일 순 없는데 화는 왜 내는데
열차는 태연하게 제 속도만을 낼 뿐
마치 어떤 날은 어떤 날도 같아 보여
그래서 시 못 쓴다며 하소연을 해도
그건 네 사정이지, 하며 받아친대도
실은 시마저 될 수 없는 일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음을 알기에
매일 매일이 전혀 똑같지 않아
더욱더 급해지는, 오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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