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트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2022년 제24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단테, 정독 2023. 8. 2. 04:52




2022년 제24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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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일찍이 스스로 제기한 ‘시와 정치’론에 대한 골똘한 시적 응답이자 언어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사랑을 선언하고 약속하는 시집이다. 또한 ‘나’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며 도처에 존재하는 슬픔의 공동체를 묵념의 시간에서 건져내는 적극적인 발걸음이다. 이 치열함으로 다다른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균형이 최고의 성취로 이어진 이 시집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평 중에, 예심: 박소란, 황인찬 / 본심: 김행숙, 최원식, 황규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 중 한명인 진은영 시인이 이제 53세의 나이로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에 이어 3관왕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황지우, 나희덕 시인에 이은 세번째 '그랜드슬램'의 강력한 후보 중 한명이겠죠.



P.S. 소월시문학상이 지난 2019년의 나태주 시인 수상을 끝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서 다음 시간부터는 국내 최대규모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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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조각처럼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