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22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
황규관,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https://www.changbi.com/newsDetail?newsid=5393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는 노동 경험의 핍진성을 존재론적 기원의 한 축에 두고, 다른 한 축에 분명하고 서늘한 자연 사물의 운행 원리를 배치해가는 ‘시인 황규관’의 서정성이 보물처럼 빛나는 결실이다. 나태와 일상을 거부하는 평범치 않은 ’발언’이 촘촘히 박힌 이 시집은 한국 리얼리즘시의 한 수준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시가 발딛고 있어야 할 현실과 그 광활한 지평선을 활짝 열어주었다고 평가되어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평 중에)
'리얼리즘' 시정신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 문예지의 대표주자 격인 창비에서 문학동네의 시집인 황규관 시인을 추천했다는 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전태일문학상으로 데뷔를 해 쉰 살의 나이에 펴낸 여섯번째 시집으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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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웃음이 너무 많다 노래는
없고 이파리 한 장 내밀지 못하는
언어가 객차 안에 가득하다
이번 차는 등을 돌리자
모험은 건조한 형식이 아닌데
내 몸이 당신의 맥박을 차갑게 하는
이번 차는 내 것이 아니다
행선지가 너무 명확하다
진리여 법이여
폐허의 입을 틀어막는 환희여
이번 차는 모른 척 보내고
우두커니 혼자가 되자
혼자가 되어
멀리서 내리는 빗소리를 듣자
다음 차도 보내고
다음다음 차도 보내고
저물녘에 우는 늙은 새울음도 보내고
슬픔에 사로잡힌 영혼도 보내고......
# 황규관,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문학동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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