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
황인숙, 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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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발
제63회 ?시 부문 수상자 :?황인숙 수상작 : 「간발」 외 5편<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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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역대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시인은?
무릇 문학상의 권위라는 게 현존하는 경우에만 국한해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주관을 했던 중요했던 상인 이산문학상 등을 모두 제외하면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일명 "메이저급"을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현대문학상, 창비의 3개 문학상들,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으로 가장 상금이 큰 대산문학상의 경우는 김수영문학상의 5배 규모인 5천만원을 상금으로 수여합니다.)
이들 각각의 메이저급 문학상들에서 모두 수상을 한 시인은 그동안 황지우 시인이 유일했습니다.
1983년에 이미 수상을 했던 김수영문학상을 포함해 1991년 현대문학상부터 차례대로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과 대산문학상을 각각 수상하면서 총 5관왕을 달성한 시인인 셈입니다.
김명인, 김사인, 이성복 시인 등이 총 3군데에서 수상을 한 이력이 있고, 특히 이성복 시인 역시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을 기록했으므로 총 4관왕까지를 달성한 셈인데 이는 나머지 두 시인들이 이미 그전에 등단을 한 경우라서 '신인 중심'이던 김수영문학상의 대상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김사인 시인은 이 해의 심사평을 쓰기도 했죠.)
가장 최근에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황지우 시인에 이어 두번째로 총 5관왕을 달성한 시인이 있는데, 바로 나희덕 시인입니다. 1998년의 김수영문학상부터 2022년의 대산문학상까지 무려 25년 동안을 꾸준히 정진해온 이력으로도 읽습니다.
황인숙 시인의 경우는 지난 2004년의 김수영문학상에 이은 두번째 메이저급 문학상 수상을 기록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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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발
앞자리에 흘린 지갑을 싣고
막 떠나간 택시
오늘따라 지갑이 두둑도 했지
애가 타네, 애가 타
당첨번호에서 하나씩
많거나 적은 내 로또의 숫자들
간발의 차이 중요하여라
시가 되는지 안되는지도 간발의 차이
간발의 차이로 말이 많아지고, 할 말이 없어지고
떠올렸던 시상이 간발 차이로 날아가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길을 놓치고 날짜를 놓치고 사람을 놓치고
간발의 차이로 슬픔을 놓치고
슬픔을 표할 타이밍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뺨을 푸들거리며
놓친건 죄다 간발의 차이인 것 같지
누군가 써버린지 오랜
탐스런 비유도 간발로 놓친 것 같지
간발의 차이로 놓치기만 했을까
잡기도 했겠지, 생기기도 했겠지
간발의 차이로 내 목숨 태어나고
숱한 간발 차이로 지금 내가 이러고 있겠지
간발의 차이로
손수건을 적시고, 팬티를 적시고
# 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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