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를 위하여
- 탄소중립 시나리오
그거 알아,
지구 온도가 1.5℃ 더 오르면 온 생명체가 멸망한다는데? 촘스키가 인터뷰한 책도 있어
그럼 어떡해야 한다는데, 고기를 먹지 않으면 될까 또 화석연료를 더 이상 안 쓰면 될까
이미 너무 늦었다잖아, 그래도 1.5℃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수치? 아닐까 싶어
마리는 어때, 마리도 동물이잖아 강아지도 고기를 좋아하니 사료부터 바꿔야지
맞아, 콩고기는 어떨까? 좋아하던데 아빠가 맨날 주던 황태채도 안돼 먹이지 마
마리가 힘껏 다리를 세우더니 꼬리를 흔들며 안방으로 사라졌다
마리는 말 한번 없이 아픈 척을 하며 다리를 절뚝인 적이 있다
오늘도 마리는 산책을 가자며 연신 뛰어든다 지구가 멸망하든 말든
봄바람은 싱그럽고 목련꽃 하나둘 향기를 내뿜는 계절, 여름인가?
(SUB)
한 폭 그림을 그리듯
두꺼운 구름 자욱한 하늘에 펼쳐져
강아지는 바삐 뛰어다니며
어딘가에 있을 육식의 냄새를 맡습니다
친구와 함께한 날, 미래를 이야기하며
뜨거운 온도로 삶은 달걀의 맛을 논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 위험하다는 사실에
서로가 아픈 마음이지만
강아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예요
마리를 지키는 게 우리한테 달렸음도 알지만
앞으로도 삶은 달걀은 계속 뜨거울 겁니다
마리와 우리 모두 사라질 미래를 위해서.
(END)
그거 알아,
이제 봄 가을도 없어질 거야 겨울 끝나면 곧 여름 되고 여름 끝나면 곧 겨울 되고
봄이 없어지는 게 슬퍼, 초여름에 피는 꽃보다 매화나 벚꽃 또 목련이 더 예쁜데
가을이 사라지는 건 더 슬퍼, 코스모스 일렁이는 강가도 찬연하기만 한 단풍잎도
모두 다 사라진 저녁, 다만 뜨거운 바람 금세 차가운 바람만 맞으며 지낸다는 거
그건 안 되지,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당장 고기 끊어 화석연료를 없애야 해
그거 알아,
온 인류가 온 생명체가 고기를 끊지 못한다는 거 화석연료를 없애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멸망해야 한다는 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