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된 시작 3
- 땅끝이 여물어가는, 봄이 오는 소리.
모두가 안다
봄은 기어코 온다는 것을, 또 겨울이 지배한다는 것을
하나둘 그 봄을, 겨울을 언급할 때면 이마에 이슬이 맺히곤 했어
우도, 옥빛 바다를 삼킨 선착장에도 때 이른 봄바람은 일었을까
각자의 이별을 지탱한 세월이 하수상해 주소록을 하나씩 지운다
그렇게 이별에 익숙해져간다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일 텐데
지구온난화 탓이야, 제각기 한마디씩 거든다 이내 잊는다
봄이 기어코 올까? 이마를 닦고 한숨 고르면 잦아드는 숨결
지난 달력만큼 익숙해버린 생경함에 다시 거칠어져만 간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야 스스로를 위로했던 서글픔인데
늘 연약하기만 한 우체통 속, 찬란했던 몇 마디의 인사 뿐
바람이 또 일었나 보다
기어코 다가온 봄 앞, 무중력 상태가 된 인연들이 서성댄다
물밀듯 밀려온 그리움을 싣는 휘파람도 가끔 불었고
날카로운 파도, 소리 없이 겨울만 기세등등한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