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저녁-밤까지
새벽 두시
시린 발가락을 주무르다 보면
랩 유행가 틀어놓은 승용차가 지나고
다시 정적-고전주의의 시대
도래한다
벌써 12월인데 발가락은 시리다
어젠 비도 내렸어
가히 폭력적이군
넷플릭스로 틀어놓은 좀비 영화처럼
싸늘하게 미소짓는다-겁이 난다
한 이틀 여행을 떠나고파
삭막한 도시를 피해 떠난 그 다음날
풀죽어 돌아온 청년은 더욱 싫어져
어서 빨리 늙어갔으면
그래, 한 쉰살쯤 먹고 나면
입가에도 주름진 긍정을 담을까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어
졸립군 참 여기까지야
새벽 네시
마른 얼굴을 문지르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 뜨겁고
간밤 속 쓰렸던 기억들은
말 못한 사연들로 묻어둬야지
또 그래야지 하며 타협하고
다시 정적-담배 하나 꺼내 문다
빗소리가 그친 새벽처럼
달이 다시 뜨고 날이 밝는다
늙어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유혹
그 어스름한 긍정의 유혹들마저
여전히 더딜 뿐인-궁핍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