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버스 안 사람들

단테, 정독... '종로학파' 2021. 12. 11. 14:09

 

 

 

  

버스 안 사람들 

 

 

 

추운 기침 가득한 버스에 올라서면 

좌석 옆 손잡이에 기댄 노파 

방탄소년단 춤을 흉내내는 소녀들이 있고

사뭇 정취가 다른 기억도 난다 

 

길 가는 사람들 익숙하기만 한 표정에 

가끔 연인들의 팔짱이 부럽기도 한데 

취직도 아직 못한 대학 졸업반 

내 가방 가득 기사문제집 뿐이다 

 

뒷좌석에 요란히 탄 아줌마들이 

요샌 다들 부업해요 할라치면 

힘겹게 올라선 살림 무너져내릴까 

공포다, 

나 역시 공포다 

 

이건 관념소설에서 다룰 주제도 아니고 

시 한 구절에 실릴 안면조차 없지만 

때론 그 살림이 눈물도 나 

 

한때는 바꿔보겠다고도 했건만 

 

어깨 가득한 졸음이 창문으로 향한 밤 

컴컴한 어둠 너머 밀려오는 그리움은 

미처 다하지 못한 청춘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