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이건 만화제목이 아니야
암 아니고말고 언젠가 네가 들려준
옆 마을 살던 순이가 집을 떠났다는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찾아 헤매던 때
그 시절 그 노래 신파조도 아니지
뻑뻑한 회사 일로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던
후배들처럼 쉽게 웃음도 못 터뜨리는
말단사원처럼 눅눅해진 옷차림마다 파고든
어설픈 유혹의 그림자로 오해해서도 안되지
사람들은 너무 쉽게 전화로 부조를 말하지
전화로 프로포즈하는 이는 없지만
그래서 무책임하다고 항변하지만
저것 좀 봐 저렇게 물밀듯 다가오는
홍수처럼 가뭄처럼 극단적이기만 하잖아
가랑비에 옷젖기 기다리는 신세대도 늙고
복덕방마다 바둑 한 수에 걸린 늙은 목숨
찌 뿌드 한 하루의 시작처럼 메스껍기도 하고
혹은 우왕좌왕 빈 자리를 골라야 하는 전철처럼
그렇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목소리들 --
목소리, 그래 목소리일 거야
지금 듣고 있는 것도 잘은 모르지만
암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그래서 생소하지도 않고 때로는
반갑지도 않은 채 또야? 하는 짜증도 섞인
그런 불청객만도 못한 푸대접에
이리저리 뒤틀어진 심사마냥 단번에 쏟아지던
버스에서 아줌마가 얼굴 붉히며 줍던 사과처럼
웃을 수도 없는 난처함에 시린 얼굴들처럼
그렇게 와르르 머릿속과는 전혀 상관없게
저 혼자 법석을 떨던 것들 말이지
그 어지러운 것들 속에서
저렇게 한 점 맑기만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