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태풍의 눈 4
- 송별회
때론 사람들 눈길을 외면한 채 홀로 걸을 때가 있지,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인화된 자국. 혼자 그윽이 꺼내보는 앨범처럼, 누군가는 그 위에 새 추억을 덧대고 누군가의 마음에선 조금씩 퇴색해 희미해질 뿐. 자국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수십년 전에도 당장 어제 그제 일들도 다 마찬가지. 그 앨범을 들추어보는 시간.
때론 호젓하게 산책길을 따라 걷기도 해, 직장상사와의 트러블도 주말의 집을 무작정 뛰쳐나온 울울함도 모두 그 수행의 길. 어차피 낯선 사람들끼리 인사하는 법은 잊었고, 바삐 혼자만의 시간을 챙기는 그때 역시 결국 잠시일 뿐이니까.
오롯이 개켜둔 슬픔도 그리움으로 또는 회한이 되고, 집에선 곧 연락이 온다. 어서 들어오라고. 느닷없이 태풍을 만나 황급히 향할 대피장소. 고독은 그렇게 잠깐만에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소음으로 다시 물들곤 하지. 앨범 속 사진 한 장, 바람에 휙 떨어졌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