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태풍의 눈 2
- 휴가
무더위가 한풀 꺾인 건 순전히 입추 탓인가. 아니지, 그 뒤에 말복이 있고 태풍도 몇번은 더 지나갔어. 계절은 애당초 계기라는 게 없었지.
이른 아침부터 부리나케 출근을 준비하면서 늘 코앞인 호수공원은커녕 동네 앞 산책조차 버거우니, 자잘한 일상이 갖는 시간은 그저 초속 오미터짜리 질주 뿐.
바쁜 행렬이 뜨거운 해를 피해 전철역까지 쏜살처럼 닿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하루의 꿈도 이내 저물 저녁을 준비하려는 스마트폰 속에만 있었어. 그걸 깨우든 말든 크게 신경을 쓴 적 없었는데.
한사코 바빠진 뉴스들이 태풍의 끝을 알려오는 동안에는 저마다 숨가쁜 프로야구며 연예가중계며 또 밀렸던 드라마를 틀어놓고, 각자 새로이 가입한 넷플릭스의 꿈들을 싣고 떠나는 곳.
영하 삼십도의 추위를 두려워 않는 메트로폴리탄의 아침은 이내 가을을 맞는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