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태풍의 눈 1
- 출장
일곱번째 태풍이 상륙할 즈음
정부는 드디어 한일관계를 청산하자 했다
적폐청산의 구호는 비로소 현실이 되었고
저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중
프랑스산 KTX를 타고 용산까지 향하는 길
짙푸른 녹음과 마르지 않은 강물을 건넌다
주말의 선전포고 다음에 대뜸 찾아온 건
일본의 대대적 공습이 아닌 불볕더위다
푹푹 찌는 찜통이라도 집 밖은 위험지대
본격적인 태풍이 미처 오기도 전에
세상은 태풍의 눈이 돼 말갛게 정지한다
아서라, 그러다 큰일난다 다들 만류하고
바깥 출입도 없이 캄캄한 방에 앉았다
이른 아침, KTX를 타고 용산으로 향하는 길
길가의 들풀처럼 차라리 싱그러울 수 있다면
한줄기 그늘 속 바람처럼 속이 시원했으면
무덤덤히 도심을 지켜보며 이내 서행하는 중
열차는 어느덧 태풍의 눈 속으로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