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노트

일산, 도시와 이미지 5

단테, 연초록, 정독, 그리고 종로학파 2020. 5. 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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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활발한 상업지역인 웨스턴돔, 또 앞으로 가장 유망할 것 같은 킨텍스 주변의 상권들을 굳이 놔둔 채 가장 부진해져버린 옛 상권, 라페스타를 꺼내봅니다.
일산신도시에서 제일 먼저 생긴 보행권 중심의 쇼핑지역이기도 하고,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도 얽힌 추억이 꽤 많이 있었죠. (원래는 2002년 월드컵을 목표로 건설되었는데, 막상 준공은 한발 늦은 2003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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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발산의 롯데백화점과 함께 원톱 위치를 형성하다가 2007년에 새로 생긴 웨스턴돔이 비오는 날을 배려한 지붕까지 얹으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가게들과 함께 일약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됩니다.
몰락해버린 상권에는 공실들이 넘쳐나고, 유흥가는 빽빽해지기만 하고 가장자리에 있는 술집들에선 왁자지껄한 소음투성이라 저녁시간에는 웬만하면 들르지 않는 편이 돼버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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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몇년전부터 꽤 유익한 가게들도 하나둘씩 생겨 가끔씩 슬리퍼를 신고도 찾는 적이 생겨납니다. 또 여전히 무대가 설치된 예쁜 광장에서는 활기찬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때때금 멋진 공연들이 펼쳐지기도 하고요.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한 구절에서 웨스턴돔의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가 도로 상권을 이동시키는 바람에 라페스타 역시 재부흥의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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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년차가 다 돼가는 라페스타를 보면서, 때때금 전주시와 청계천 같은 곳들에서 모색하고 있는 여러 시도들도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청년창업과 공동체의 모색 등도 쇠락했던 이미지를 재생시키고 길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만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흉물스럽기보다는 고풍스런 멋을 간직한 채 신도시를 지켜가는 공간으로 오랜 세월과 함께 늙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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