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25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
서효인, 여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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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 - 21세기 문학의 창
『여수』(서효인 作, 문학과지성사 刊) 예심에서 선정된 10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본심에서는 1, 2차 심사를 통해 문성해의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박상순의 『슬픈 감자 200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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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고은, 이형기, 황동규, 정현종, 김춘수, 신경림, 황지우, 최승호, 이성부, 김지하, 김광규, 이성복, 김명인, 김사인, 남진우, 김혜순, 송찬호, 최승자, 신달자, 백무산, 진은영, 박정대, 마종기, 이장욱, 서효인, 강성은, 오은, 김행숙, 김언, 나희덕.
소설 : 이승우, 이청준, 최인석, 이호철, 박완서, 김주영, 서정인, 이윤기, 황석영, 김원우, 송기원, 윤흥길, 김연수, 김인숙, 김훈, 구효서, 박범신, 박형서, 임철우, 정영문, 김숨, 김원일, 황정은, 김이정, 손보미, 최은미, 조해진, 김혜진, 최은영, 한강.
지난 30년 동안 시와 소설에서 각각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명단입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발돋움한 '대산문학상'은 교보에서 출자를 해 설립된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문학상으로, 지난 199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영화계로 치면 연혁만로는 대종상에 미치지 못해도 현 시기의 가장 확고부동한 위상을 갖는 청룡영화상과도 비교해볼만한 성격을 갖습니다. 더구나 해당 상금 규모는 대략 1~2천만원에 불과한 웬만한 문학상들의 2~5배에 이르는 5천만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하죠.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만한 상이겠습니다.)
8월의 첫 주는 대산문학상의 역대 수상작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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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다시는 못 올 것이라 생각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푸른 연기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흰 빨래는 내어놓질 못했다
너의 얼굴을 생각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 도시를 둘러싼 바다와 바다가 풍기는 살 냄새
무서웠다 버스가 축축한 아스팔트를 감고 돌았다
버스의 진동에 따라 눈을 감고
거의 다 깨버린 잠을 붙잡았다
도착 이후에 끝을 말할 것이다
도시의 복판에 이르러 바다가 내보내는 냄새에
눈을 떴다 멀리 공장이 보이고
그 아래에 시커먼 빨래가 있고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길이 나타나고 여수였다
너의 얼굴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네 얼굴을 닮아버린 해안은
세계를 통틀어 여기뿐이므로
표정이 울상인 너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무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 서효인, 여수 (문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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