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4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
김석영,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민음, 2022)
https://m.blog.naver.com/minumworld/222931216311
맨 마지막 수상자는 작년의 김석영 시인이었습니다. 이미 2015년에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불혹의 나이를 넘어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역시 수상작들 중 표제작 격인 '정물처럼 앉아'가 아닌 다른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됐고요.)
아무래도 김수영문학상은 일종의 '청소년 월드컵' 차원인만큼, 이제 '성인 월드컵'에 해당될만한 수준의 권위를 갖는 문학상들로는 어떤 상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각 문예지 및 재단에서 주관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학상들이 있겠는데, 해당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편의상 각 문예지들의 위상 및 상금의 규모 등에 따른 순서이며, 각종 신인상/신인문학상의 경우는 '등단' 제도의 성격에 국한되므로 제외합니다. 단, 창비에서 주관하고 있는 '신동엽문학상'은 데뷔 10년차 미만의 작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김수영문학상과 유사한 성격이므로 함께 포함해놓도록 하겠습니다.)
- 대산문학상 (대산문화재단, 국내 최대규모)
- 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백석문학상 (창비)
- 현대문학상 (현대문학)
- 소월시문학상 (문학사상)
- 현대문학상 (현대문학) 등이며,
그밖에도 이산문학상 (문학과지성사, 2007년 이후 폐지), 김달진문학상 (서울신문), 정지용문학상 (옥천군), 현대시작품상 (현대시) 등등이 있겠지만, 일단 이번 시리즈에서는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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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처럼 앉아
호박빛의 실내에서
나와 너는 가만히 앉아 휘날리는 눈을 바라본다
온도의 빛과 빛의 온도를
발음해보면서 궁글어지는 맛
호박 몇 조각을 뒤집어보면서
"눈은 방향이 없구나."
한낮의 호박과 호박빛의 환한 속내를
어둡게 들여다볼 것이지 궁금해진다
둥근 유리 주전자 속에서
오래도록 우러나는 호박
물속에서 세배쯤 커 보인다
색깔을 밀어내면서
향은 풀어지고 뒤섞인다
옅어진 물빛에 호박이 스며 있다
기억이 났다 실처럼 오래 풀리느라
컴컴해진 실내에서
차를 마시고
서로 같아진 우리의 색
누군가는 밖으로 나갔다
너는 이곳에 없어도
누군가는 만족스럽다
"내가 정물처럼 앉아 있으면
당신이 나를 그려주기를,
사람으로"
눈이 그쳤고
실내가 다시 밝아오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던 색을 우리는 알았다
# 김석영,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민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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