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나한테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게 있다면*
내가 아는 밤, 그 속으로 퍼지는 진동
그것은 모기향의 수명처럼 단시간 내에 와닿아, 먼발치 고속도로의 불빛까지 닿아 있지 그 정적의 여운 ;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밤, 그곳에서 발갛게 물들어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내가 미처 듣지 못했던 그 소리는 언젠가 어머니 품에서 곤히 들어왔던 자장가처럼 낮은 선율로 정적을 깨우는데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는 저 목소리의 주인을 아는가
저 영롱한 불빛으로 와닿아 마치 그대의 취기처럼 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저 밀담의 주인공을, 진한 소주 냄새와도 같은 저 소리를
- 나는 알고 있어, 내 가슴속에서도 저 소리는 언제나 신앙이 되었지 그러나, 더 찾을 수도 없는 보석처럼 사라지고 말 뿐이야 저 소음 섞인 창공을 보아, 한 떨기 불빛이 흐르고 나면 그곳에는 멀건 별자리만 남아 눈물을 흘리고 있지, 가슴 아픈 추억이 되었어, 그대가 맡고 있는 공기에도 그것은 강물처럼 흘러서 이제 하나의 섬이 되었지
그 섬은 어느덧 육지와도 다른, 좁은 강가에 닿아 있어
퇴적되어 쌓이는 추억들은 저렇게 맑은 샘물처럼 빛을 내고 있잖아
땅 밑으로 자라는 온 식물들은 저 빛을 기다리지
때로는 그들의 여린 잎사귀를 흔들고, 가끔씩 흥분되어 떨리는 저 꽃들을 보아 이내 체액처럼 빨아들여져 뿌리까지 닿아 있지
그것들은 어느새 경전이 되어 추앙받고 있어
목마른 구도자들에게도 그것은 빛을 뿌리고 있지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에게도 월계관을 씌워주었지
누구도 이기를 품지 않았어, 소멸하는 빛이 될 때까지는
하지만, 모든 빛이 임종을 맞았을 때에도 그들에겐 그 소리가 남아 있었지
그건 일종의 자위였어
- 내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가 원한 저 목소리는 이제 아무도 잡을 수 없는, 메마른 추억들이 쓰러져 잠든 애달픈 섬이지
그 섬에는 허기진 육신들이 정박해 있어 더 이상 음악은 들리지 않아, 사그라진 불빛을 애도하며 기도를 하고 있었지 그 어떤 안온함도, 두려움도 없으니까
아무도 기도를 멈추지 않아
먼발치에서 다시 발갛게 물들어오는 저 소리
내가 미처 듣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들려오는 저 목소리는
이제 높은 선율로 흔들리는데
사랑하는 친구여, 저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긴 노를 저으며 흐르고 있는, 저 섬과 육지를 오가는
거친 운명의 반려자는 누구일까
* 송기원의 소설, 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