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의 흐름
통장이 또 바닥났어 월급날이 채 오기도 전에
우수수 빠져나간 돈은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씀씀이가 헤퍼서 그래, 핀잔만 듣게 생겼다
부랴부랴 샀던 주식을 털고 더 생기지도 않을
월 수입을 탓하며 연신 담배만 피워 문다
지금도 늦지 않아, 하지만 대안도 없는데
현대판 샐러리맨의 가계는 미미하고 궁핍해
그날 그날의 용돈벌이가 대수롭진 않아도
그게 곧 생활의 큰 원천임을 안다는 일
출근을 준비해야 할 시각
오늘도 어김없는 미팅을 잡고 갑질에 익숙해
팀장은 별의별 잔소리만 또 다시 늘어놓겠지
억지웃음으로 버텨낼 하루 일과라면 가능해
돈을 번다는 게 어디야, 이 생각만으로 버틸
어디든 '알바' 소리를 듣지 않을 직장은 없어
스스로 위안도 해보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자꾸만 서성이게 돼
대학로의 배고픈 배우들도 그랬을 테고
날마다 전표처리만 해대는 여직원들도 그래
노동은 고귀한 것, 돈을 번다는 일이 그렇지
지저분함조차 넘어설 '생계'의 가치니까
그렇겠지
돈을 벌러 나가봐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