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수능
아내가 한참 잔소리를 한다
듣기 싫다고 했음에도 듣는 건 감수할 몫
묵묵히 술병을 잔에 기울여 안주를 집고
비좁은 부엌 한켠에 앉아 저녁을 마신다
밖에 나가면 소주가 5천원이야
대학 1학년, 포장마차에서 천원을 받던
반병이 생각났고, 이내 한병을 마셨다
박노해가 신새벽에 마셨던 소주가 있고
전화기를 붙잡고 노래한 임창정이 있고
김수영 시인을 얘기해준 선배도 있었지
모두 다 없어진 시절, 또 시를 써본다
도무지 다듬어지지 않는 시를 붙잡고
생각한다고 다 씌어지는 게 아니잖아
재주가 부족함을 탓해야지 별 수 없다
그래도 쓴다
노동하는 예술은 노예, 시도 노예다
이름이 있고 없음은 중요하지 않아
먹고 사는 일, 또 다른 시가 되겠지
그래서 쓴다
수능이 끝났다
아이들이 좋은 꿈을 꿀 수 있다면
좋은 시들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