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렇게 사랑하고 난 다음
한 떨기 겨울마저 제 몸을 추스르고
녹아드는 언 땅 새순처럼 맞는
혹은 간밤에 쓰러진 나무 밑동에
더덕더덕 모질게 살 붙은 집착처럼
그대여, 추운 시간들의 길목에서
깊은 시름 거두고 잠을 청하노니
구슬피 우짖던 새도 쉰 울음을 내고
터벅터벅 걷던 길동무도 가방을 건네니
저렇듯 늘어진 어깨처럼
우리네 걸음도 때때로 낯설게 느껴져
간밤 그 어깨들 부여잡고
몇 년을 두고 떠난 이야기를 내놓고
막잔 하나씩 부딪치던 소리처럼
각자가 살아온 사랑은 아껴두는데
멀찍이 떠나갔네
우리네 배 한 척
두고 온 나뭇가지처럼
살랑거리던 그리움처럼
그 흔적들처럼
철 지난 절절함이 모여들던 이곳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기억
이제 이곳에서
잠시 잔을 또 들게나
부딪치는 술잔마다 묻는 입술
파르르 떨리는 울음소리는
그 뒤로 밀려든 깊은 시름처럼
또 사랑할 무엇을 기억하려고
제각기 떨어진 별처럼 주워 담는
이 얼얼한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