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유미, '날씨의 숲 연인의 방' (기성 문단이 찾는 "새로운 목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베껴쓰고 다시읽기] 기성 문단이 찾는 "새로운 목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
날씨의 숲
연인의 방
허공을 꼬집으면
바람
음을 맞춰 이를 가는
작은 천둥
창문엔 내내 비가 내린다
숲 한가운데에서 연인은 머리채
잡힌 인어처럼 흔들리고,
식욕이 팽배해져서
구름
사경을 헤매다 눈을 맞춰
벼락
서로가 하나도 둘도
아니라는 함정에 빠져
돌연
안개
수렁
수렁
비는 잦아든다 언젠가의
슬픔처럼 그러나
수렁
수렁
언제나의 비는 서로를
휘감고 누워
* 손유미, 탕의 영혼들 (창비, 2023)
"그의 언어는 불편하지만 한순간 날카롭고, 격렬하지만 빈틈이 적었으며, 퓨전과 키치를 연상시키되 그것을 간단히 넘어선 자리에서 생활과 조우한다... 심사자들은 이 낯선 재능에서 쉽게 요해되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는 힘을 읽었다" "손유미의 재능은 목소리만 들리는 무대 뒤에서 커튼을 향해 뾰족한 상처를 찔러 넣을 줄 안다는 데 있다. 독자들은 캄캄한 무대 앞에서 보이지 않는 고통의 표정을 끝없이 응시할 수밖에 없다." (제14회 <창비> 신인시인상 심사평 중에)
기성 문단과 소위 '공모전'의 시각들이 어떠한가를, 또 요즘의 신예들이 갖는 주요한 경향들이 어떠한가를 비교적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싶어 오늘의 아침은 손유미 시인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역시 벌써 등단 10년차를 훌쩍 넘긴 '중견급'임에도, 또 이미 서른의 나이도 훌쩍 넘어선 '장년층'의 연배임에도 여전히 그에 대한 '낯설음'은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나 봅니다. ㅎㅎ)
이제 불과 서른의 나이밖에 안 된 아이유의 신곡이 발표되자마자 차트 1위를 모조리 점령했다는 소식입니다. 아이유의 노래가 갖는 큰 미덕들이 아마도 현재 우리 문단이 보고 배워야 할 가장 큰 지점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o8qu7F4dPlI?si=oc3H5YAmWTTCF6G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