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쓰고 다시읽기] '잔인한 일상' 속에서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 :
닫히지 않는 골목
- 붉은 집
붉은 집에 사는 여자에게는 어린 남자가 가끔씩 찾아온다 소문에 의하면 여자는 매형의 정부였는데 어린 남자는 찾아올 때마다 누군가의 뼈 한마디씩을 그녀에게 주고 간다는 것이다 누나는 여느 아이들처럼 이 골목을 떠나 돌아오지 못했고 대신 정부를 들인 매형도 몇 해를 더 살지 못했다 집 앞 동산에 묻힌 매형의 무덤에는 누군가 매해 다녀간 흔적이 있지만 누가 다녀가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린 남자가 누구인지 붉은 비 여자는 뼈마디로 또 무엇을 짓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집은 해가 더할수록 점점 더 붉어지고 있다
* 천서봉,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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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일상' 문제는 비단 시 뿐만 아닌 생활의 곳곳에서도 항상 발견돼온 것들이죠... 하물며 직장생활을 한다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등으로 뒤숭숭했고, 학생들은 시험성적과 당락에 가슴 졸이며 크리스마스를 보낼 법도 하죠.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면 꼭 그 반대편에서 훼방을 놓는 기운들이 있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시절들도 생겨나곤 합니다. 그렇게 '잔인한 일상'은 영혼을 잠식하면서 또는 빛의 반대편에 있는 어둠처럼 항상 존재해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 천서봉 시인의 시집을 뒤숭숭한 마음으로 읽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입니다.
여전히 캄캄한 새벽입니다. 아마도 동지를 지나서야 조금씩 먼 동이 트는 풍경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시각부터 분주히 출근과 등교를 준비해야 할 가정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재택근무일이라 비교적 한산한데, 생각해보니 평일이면 이미 이때쯤부터 출근을 준비하기 시작할 시각이기도 해요. (새벽에 무얼 좀 쓰느라 이제서야 이 편지 앞에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만큼 복잡다단하고도 일상적인 일들도 드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감정들이 조금이나마 더 누그러져야 덜 뜨겁게 또는 덜 차갑게 '적당히' 좋아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감정을 잘 조절하려면 '정화'라는 단어에 대해 심각히 연구해볼 일입니다. (실은 모든 창작자들이 평생을 씨름해온 주제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문제들은 설령 감정적으로 처리되는 경우들이 암만 많았어도, 결국 그 감정으로 해결된 적은 거의 없어온 편이니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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