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쓰고 다시읽기] 이과적 글쓰기가 문과적 감상문을 마주할 때 (김소연, 먼지가 보이는 아침) :
2014 신춘문예의 중앙일간지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는 지방일간지들 일부의 잔여일정만을 남겨놓은 첫 아침인데, 오늘 꺼내놓는 시는 김소연 시인의 시집 중에서 골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라는 곡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비슷한 제목이 시예요.)
글쓰기의 형태 역시 다시 원래의 시 한 편을 놓는 방식대로 회귀하였으며, 여전히 아침은 촉박하기만 합니다.
김소연 시인이 가장 최근에 주요 공모전 심사들을 맡아온 이력들도 있기 때문에 그 '스타일'에 대해서도 한번쯤 짚어두시라는 측면을 함께 내포합니다.
말의 유희, 간결한 어체, 상징적으로 그려낸 삽화들, 입체감을 갖는 시어들 중에 굳이 어느 한쪽을 꼽으라면 역시 '취향'대로라면 그게 곧 하나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면도 갖기에 함께 생각해볼만한 얘깃거리로도 보입니다. ;
먼지가 보이는 아침
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문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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