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남현지, 그때 나는
https://m.segye.com/view/20201223519677
[2021 신년특집] 신춘문예 (소설)
그때 나는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 나는 누군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중심을 잃은 채 곧 절벽 아래로 떨어질 상태였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기에
m.segye.com
"오랜 시간,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소설을 써 왔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소설만을 생각했던 시간이며 그래서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보다는 기쁨이 더 큰 시간이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무언가를 써 내는, 신비롭고 불가해한 시간. 나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소설을 다 쓰고 나면 나는 무력해졌다.
왜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소설을 계속 쓰고 있는가?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고 스스로 답을 찾지도 못했다.
포기라는 말을 몇 번이고 노트에 썼다. 그러나 그다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포기 이후. 그다음의 삶. 없는. 나에게는 없을 삶.
그러니 나는 계속 쓰는 수밖에 없었다." (당선소감 중에)
